Akito Watabe
Athlete Mind In Mountain Flow
“백컨트리를 하게 되면서, 인간의 손으로는 제어할 수 없는
자연의 흐름 같은 것을 느끼게 되었어요.
그러면서 비로소, 무언가로부터 해방된 듯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Goldwin 소속 선수인 와타베 아키토는 크로스컨트리 스키와 노르딕 복합 종목에서 세계 정상급의 선수로 수많은 국제 대회에 출전하며 놀라운 성과를 계속해서 쌓아오고 있으며, 지금도 자신의 한계에 도전하고 있다.
일본을 대표하는 스노우 타운, 나가노현 하쿠바무라에서 태어나 자란 그는 초등학생 때 노르딕 스키를 시작했고 중학생 시절부터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으며 하쿠바 고등학교 재학 중에는 국제 대회에 출전하는 등 말 그대로 선수로서의 인생을 걸어왔다고 할 수 있다.
그런 놀라운 업적을 가진 그이지만, 정작 자신을 표현하는 말로서 “선수”라고 불리는 것에는 다소 어색함을 느끼고 있다고 한다.
“선수는 무조건 결과를 내는 걸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죠. 종목은 뭐든 상관없이, 스포츠라는 영역 안에서 결과를 남기는 사람들이 선수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저는 스키어로서 결과를 남기고 싶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선수가 아니라, 스키어로서 남기고 싶은 ‘결과’란 무엇일까. 와타베 아키토는 분명히 마음속에 그리는 미래가 있다.
자연이 가져다준
멘탈리티의 변화
“어린 시절, 아직 경기를 시작하기 전, 단순히 스키를 즐기며 타고 있을 때는 산이 무척 아름답게 보였다.”
최근 몇 년간 와타베 아키토 선수는 봄철 비시즌이 되면 고향인 하쿠바의 산으로 돌아와 휴식을 취하는 것이 하나의 루틴이 되었다. BC 크로스컨트리나 텔레마크 스키 등 힐프리 스키를 신고 백컨트리 스키를 즐기기 위해서다. 백컨트리 스키는 스키장 내에서 리프트를 이용해 타는 스키와는 달리 자연 그대로의 산을 오르고, 광활한 지형을 자유롭게 내려올 수 있다. 하지만 스키장 외부의 구역을 활주하기 때문에 산속에서의 판단과 안전 관리는 전적으로 본인의 책임이다. 다시 말해 산에서의 행동은 나 자신보다도 산에 더 깊이 의식을 집중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그에게 있어 하쿠바의 백컨트리를 타며 산에 집중하는 시간은 자신이 자라온 고향 풍경의 아름다움과 ‘스키는 즐겁다’는 감각을 다시 떠올리게 해주는 리셋의 시간이다. 또한 산을 타는 것을 통해 선수로서의 멘탈리티에도 변화가 생겼다.
“제가 '선수 마인드'였을 때는 주변 풍경에 대한 기억이 거의 없을 정도로 정말 시야가 좁았어요. 그럴 땐 뭐든지 내 힘으로 컨트롤할 수 있다고 생각하게 되죠. 내가 노력하면 결과도 조절할 수 있다고 믿게 되는데 자연의 흐름이라는 건 인간의 힘으로는 어쩔 수 없는 거잖아요. 백컨트리를 타게 되면서 인간의 힘으로는 거스를 수 없는 무언가를 느끼기 시작했을 때, 비로소 뭔가 이렇게… 해방된 듯한 기분이 들었어요…”
그가 말하는 ‘해방’은 과연 무엇으로부터의 해방일까.
그것은 자신이 스스로에게 끊임없이 가해왔던 ‘압박감’이다.
선수로서 자신의 한계에 도전하고 그것을 뛰어넘기 위해서는 항상 경기 자체에 몰두하며 성과를 내야만 한다.
아찔한 정상만을 향해 나아가는 선수에게 있어, 자기 자신을 되찾을 수 있는 장소가 있다는 것은 무엇보다도 안심이 되는 일일지 모른다.
와타베 선수에게는 하쿠바의 백컨트리가 바로 그런 장소 중 하나인 것이다.
벚꽃처럼 피어나는 선수 철학, 그리고 그 계승
와타베 아키토 선수는 2026년에 열릴 예정인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을 자신의 선수 생활 마무리로 삼겠다고 많은 매체가 전하고 있다. 자신을 ‘아스리트(선수)’가 아닌 ‘스키어’라고 표현하는 와타베 선수에게 있어 아스리트(선수)로서의 은퇴 시점에 어떤 이상을 그리고 있을까?
"사실 이미 여러 번 지금 당장 그만둬도 괜찮겠다고 생각한 적이 있어요. 하지만 결국에는 다시 한 번, 흩어질지 피어날지, 극한의 경지까지 가보고 그때 그만두는 게 행복한 게 아닐까 싶어요. 예전에는 전성기 때 그만두는 선택도 생각했었는데 그건 벚꽃으로 치면 만개한 상태에서 그만두는 거잖아요. 그럼엔 모든 순간을 즐긴 게 아니라고 생각해요. 흩어진 꽃잎이 날리는 벚꽃처럼 아름다운 순간도 있고, 꽃이 다 떨어진 나무를 바라보며 만개했던 때를 떠올리는 것까지 가야만 한 그루의 벚나무의 아름다움이 완성되는 게 아닐까 생각해요..."
“그리고 무엇보다 ‘잘 이어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지금까지 제가 해왔던 것들을, 지금 활약하고 있는 새로운 세대의 선수들에게 잘 전해주면서 은퇴할 수 있다면 그게 정말 좋은 마무리가 아닐까 싶습니다. 후배들도 스키를 더 즐겁게 마주할 수 있도록 그런 방식으로 스키와 관계를 맺어준다면 제겐 이상적인 모습이에요.”
오랫동안 노르딕 스키 세계에서 싸우며 사람들을 열광시켜온 와타베 선수는 선수 생활의 마지막을 향해 깊이를 더하는 스키어 마인드로 다시 한번 자신의 한계에 도전하고 있다. 그의 도전은 지금도 많은 사람들의 가슴을 뜨겁게 만든다.
어떤 결과가 나오든, 하쿠바의 산들은 언제나 그 자리에 있다.
Akito Watabe
와타베 아키토
1988년생. 나가노현 하쿠바무라에서 자라 어릴 적부터 스키와 친숙하게 지냈으며, 초등학교 4학년 때 노르딕 스키 경기를 시작했다. 중학생 때 이미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고, 하쿠바 고등학교 재학 중이던 2006년에 토리노 올림픽에 출전했다. 2017-18 시즌에는 월드컵 종합 우승을 차지했다. 현재까지 올림픽 5회 출전했으며, 3회 연속 메달을 획득했다. 2025-26 시즌 밀라노 동계올림픽을 목표로 월드컵 경기에 참가하고 있다.